님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담당자는 얼마전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어른 김장하’라는 영상을 봤어요. ‘어른 김장하’는 제목 그대로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김장하 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에요. 김장하 씨는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거나,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거나, 시민사회단체 운영에 도움을 주는 등 이웃과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나누며 산 분인데요.

김장하 씨가 더 ‘어른’스러운 점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드러나요. 본인의 자랑 같은 건 일절 하지 않고, 자신이 지원하는 단체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구석 자리를 자처하는 등 좋은 일을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없는 자랑도, 없는 인연도 만들어서 하는데 말이에요.

뉴스레터 담당자는 ‘‘어른 김장하’를 님께 추천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때마침! 재단 문화협력사업팀에서 ‘어른 김장하’ 특별상영회를 준비했다고 해요. 그것도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무삭제, 4K 화질로 말이죠. 상영이 끝난 후에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분들과 대화 시간도 마련돼 있다고 하는데요. ‘어른 김장하’, 꼭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한국고전영화 특별상영전 ‘사사세 명화극장’을 열어요. 주말의 명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고전 영화들을 노무현시민센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함께 볼 거예요.

상영할 영화는 투표로 결정되는데요. 오발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하녀, 시집가는 날(a.k.a 맹진사댁 경사) 등 익숙한 제목의 영화들이 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영화에서는 김승호, 신성일, 엄앵란 등 우리나라 1세대 배우들의 명연기도 볼 수 있답니다. 

님의 투표로 선정된 영화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품부터 2월, 4월, 6월, 8월에 상영돼요. 투표는 위 이미지 또는 아래 버튼을 눌러서 참여할 수 있는데요. 투표에 참여한 분들께는 모든 영화의 우선 예매 권한을 드려요. 그리고 10분을 추첨해 노무현 대통령 어록이 담긴 머그컵과 노무현시민센터 기념 손수건도 선물로 드리니 꼭꼭 참여해주세요😎

 

며칠 후면 할머니 첫 기일이다. 작년 겨울 할머니를 현충원 할아버지 곁에 두고 돌아왔다. 할아버지를 따라가시기 전, 할머니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어느 날엔 많이 고통스러웠는지 “니가 나를 좀 죽여주면 안 되겠냐”라며 할머니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놀란 나는 “아버지한테는 절대 이런 말 하면 안 돼”라고 하며 돌아누웠다.

 

부모님은 요양병원을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바쁠 때 잠깐 가 계시고, 바쁜 게 좀 지나가면 금방 다시 집으로 모시고 오겠다.’ 할머니는 펄쩍 뛰셨다. 할머니는 요양원은 아들에게서 버림받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에게 죽는 것과 버림받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얼마 전엔 외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사고를 친 후 쫓겨났다. 치매를 앓고 있는 외할머니가 같은 방에 있던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렸는데 넘어진 할머니가 크게 다쳤다. 나만 보면 눈물을 흘리는 외할머니는 내게 “요양원에서 나오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비밀을 털어놓듯 말했다. 내 속에 할머니들의 비밀이 자꾸만 쌓여갔다.

전에 엄마가 외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한 게 있다. 외할머니가 아침마다 흰 그릇에 물을 떠놓고 기도를 한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이 말을 꺼낸 후 어이가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외할머니 기도 내용이 너무 웃겼다고 엄마는 말했다. 외할머니는 자기를 빨리 데려가 달라며 기도했다고 한다.

 

막연하게 스위스행을 생각한 적이 있다. 요양병원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였다. 할머니는 요양병원을 ‘버려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언론에서 비추는 요양병원의 모습은 참담했다. 폭력에 내몰리고, 강제로 잠들어야 하고, 밧줄에 꽁꽁 묶인 노인들... 난 언젠가 요양병원에 가느니 스위스로 가고 싶었다. 품격 있는 죽음은 외면한 채 죽지 않기만을 바라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의 끝이 나는 너무 두려웠다.

 

국내외 언론 조사에 따르면 스위스는 가장 선진적인 존엄사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이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는데 프랑스 출신 유명 배우 알랭 들롱은 “스위스에서 존엄사하고 싶다”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고, 104세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교수는 평소 즐겨듣던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영면했다. 물론 스위스에서였다. 희망이 보였다. 자금이 문제가 되겠지만 천천히 잘 준비한다면 내 마지막은 내가 원하는 대로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얕은 지식으로 올려진 상상이라는 탑은 현실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스위스의 대자연은 존엄한 죽음과 관련이 없었다. 마지막 순간은 병원 한구석 작은 침대 위에서 맞아야만 했다. 또한, 사망 직전까지 존엄사 자격에 대한 증명을 끊임없이 해야 했다. 조용하게 삶을 마무리하긴 어려워 보였다. 가족과 함께할 수도 없었다. 남겨진 가족은 스위스 법 또는 우리나라 법에 의해 자살방조 또는 자살선동 관련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을 수도 있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삶을 마칠 수 있는 자격은 스위스인에게만 주어졌다.

 

내가 살던 집에서, 내 가족과 함께하는 조용하고 품격 있는 죽음. 그런 죽음을 선택할 자격이 왜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걸까. 국내에서도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었다. 여론조사에서는 존엄사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 중 82%가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우리는 이미 품격 있는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를 이미 운용 중이다.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 등등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기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간 건 맞다. 사망진단을 받고도 깨어나는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때다. 살던 곳에서 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맞이하는 품격 있는 죽음, 그런 죽음을 가질 자격을 우리도 가져야 한다. 물론 존엄사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이 땅에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조성되는 등 죽음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사는 건 도덕적이고 죽는 건 도덕적이지 않다 같은 판단은 인간이 할 게 아니다. 인간에겐 그런 권리도 능력도 지혜도 없다. 고통을 방치하고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명목으로 고통의 시간을 늘리는 것 또한 도덕적이지 않아 보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죽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도 이제 존엄사를 인정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한 ‘세상을 보는 눈: 시사칼럼쓰기’ 강의에는 총 11명의 시민이 참여했어요. 여기를 누르면 뉴스레터에서 소개하지 못한 다른 시민들의 글도 읽어볼 수 있답니다.

그리고 노무현시민센터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요. 이번 시사칼럼쓰기 강의에 참여한 한유정 시민님이 운영하는 ‘월간칼럼쓰기’에 참여할 분을 모집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시민활동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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