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에서도 호남에서도 지지와 신뢰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 또는 정당을 만들어야 된다.’

97년 국민회의 입당할 때 그 생각을 했어요. 양쪽을 다 끌어안지 않고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당에 지도자 한 사람의 상징성이 너무 강하고, 지도자 중심이랄까요? 보스 중심 정당 체제에서는 보스가 양쪽 지역으로부터 다 지지를 받는 사람이 나올 때, 그때라야 비로소 지역구도가 해소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 다음에 제도로서 우리가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해소될 수 있다.

그때 제가 서울 종로에서 깨졌던 경험이 지역문제 해결에 대한 내 생각을, 제3당으로서 지역당을 타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굳혀준 것이죠. 지금도 제3당 하면 저는 관심을 안 가집니다. 제3당 가지고는, 적어도 제3당 가지고 무슨 다른 정치를 하는 건 몰라도 지역구도 해소는 안된다. 이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됐어요.

*중대선거구제: 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제도

그 뒤 총선 끝나고 난 뒤에 남은 민주당에서 전당대회를 다시 합니다. 분당 안 하고 남은 사람들은 두 파로 갈렸습니다. 이기택 대표를 지지하는 쪽하고 맞서는 쪽. 맞서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구당모임이라고 했죠. 이 전당대회에서 구당파쪽 사람들이 이기택 대표 측하고 또 당권경쟁을 한 번 했었죠. 그 당시 홍성우 씨를 후보로 내세워가지고 했는데 졌어요.

전당대회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전당대회는 전당대회대로 노하우가 있어야 된다. 그 당시 우리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선거에서 패배하고, 선거에서 떨어지고 너무 지쳐있었어요. 당권에 대해서도 이 당으로 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으니까 집념도 많이 없었고요. 그렇게 되면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힘이 잘 모이지도 않고 퍼져버렸죠. 그 당시 우리 쪽에 소위 재야 명망가나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람들은 정당구조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집요함이 좀 떨어지는 그런 것이 현실 정치에서 아무래도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가 15대 총선 있기 전에, 우리 당에 내분이 있고 하던 그 시기에 이회창 총재를 한 번 찾아간 일이 있었어요. 전해들은 얘기로 ‘이회창 총재가 정치를 할 생각이 별로 없고, 혹시라도 정치할 생각이 있으면 앞으로 이철이나 제정구나 나 같은 사람을 가리키면서 그런 사람들과 정치를 함께 하겠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

🤠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