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녕😀 어느덧 두 번째 편지를 전하네. 첫 민들레 ‘대통령이라면 통일을 OO하지 않았을까요?’를 보내고 정말 많은 시민들의 메시지를 받았어. ‘첫 주제를 통일로 잡아줘서 좋았다’, ‘시민들의 생각을 물어봐줘 고마웠다’와 같은 응원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반말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어. 새로운 시도라고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지만 반말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어. 오랜 고민 끝에 존댓말 버전도 함께 준비했어. ‘난 존댓말로 받는 게 좋아’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위 버튼을 눌러서 존댓말로 봐주!(세요)

이제 민들레 두 번째 꽃씨를 소개해야지. 이번엔 대전에서 활동하는 위선희 시민을 만나봤어. 위선희 시민은 정의당 대전시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90년생 청년정치인인데, 기후위기와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해. BTS를 만든 방시혁 대표가 ‘오늘의 나를 만든 건 8할이 분노’라고 말했다는데, 위선희 시민도 “기후위기를 못 막고 눈을 감으면 너무 후회되겠다”고 해.

그러고보면 정치란 게 늘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실제로 참여하는 경우는 보기 힘든 것 같애. 위선희 시민은 카이스트에서 원자력과 양자공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대. 엄청난 브레인🧠이지? 이번 인터뷰에서는 위선희 시민이 어떻게 정당 정치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여성 이공계 전공자로서 생각하는 기후위기와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게!

안녕. 정치활동가로 살고 있는 위선희라고 해. 대전에 살면서 기후위기를 막고, 페미니즘을 보편화시키기 위해 뛰고 있어. 나에 대해 조금 더 말해본다면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어. 그렇다고 원자력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고, 방사선을 활용한 의료 기술을 연구했어.

 

두 가지 계기가 있었어. 먼저 2016년 촛불시위 때 열심히 나갔었는데, 그걸 본 친구들이 그렇게 열심히 할 거면 아예 정당에 가입해보라는 거야. 그때 정당에 가입했어. 3년 정도는 당비만 냈는데 2019년에 박사 과정을 마치니 내 일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 ‘지금까지의 커리어에 목매이지 않는 일’을 해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정당의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으로 나가봤어. ‘정당 정치’는 한없이 멀게 느껴졌는데 모임에 나가 보니 확실히 다르더라고. 하나하나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 나가는데, 정당 정치가 되게 내 것처럼 느껴졌어.

 

지금은 대전에서 스쿨미투,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어. 스쿨미투는 2018년에 대전의 중·고등학생들이 교사로부터 폭언과 성희롱을 당한다고 폭로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예방대책이 마련되지 않았어. 지역에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1년이 넘게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나도 거기 함께 참여하고 있지. 불매운동은 한 패스트푸드사에서 유효기간 스티커를 조작한 의혹이 있는데, 이걸 내부고발한 시간제근로자가 중징계를 받았어. 거기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모두 시간제근로자들에게 떠넘겼는데 여기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어.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했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거든. 시민은 누가 ‘한 사람이 움직인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것 같냐’고 질문하면 뭐라고 답할 것 같애? 나는 ‘바뀔 것 같다’고 대답하는 사람 중에 하나야. 물방울 하나를 어딘가에 떨어뜨리면 그 파장이 결국에는 끝에 닿는다고 생각해. 그런데 이 물방울을 어디에 떨어뜨려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나만의 정치를 찾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그때 노무현리더십학교에 대해 듣고 무조건 배우자라는 생각으로 신청했어.

 

완벽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정당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확실하게 바뀌었어. ‘민주주의 정당정치론’이라는 강의가 있었는데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정당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는 질문에 너무 명확하게 답을 주는 거야. “민주주의는 두 가지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투표권을 주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 시민들이 까먹을 때가 있는데 숙의 과정을 통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라고 말해주더라고. 너무 공감됐어. 숙의하는 과정의 정점이 정당이구나,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나라 전체의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처음엔 사회를 거의 뒤엎고 싶었어. 흔히 말하는 ‘탈코르셋*’ 운동도 해보고(여전히 이건 하고 있어), 세게 나가야 한다, 붙어야 한다고 주장했었지. 그런데 정당 정치를 시작하면서 지금은 사람들이 숙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 이러다간 정말 큰일날 것 같더라고. 언론에선 ‘이대남**’이란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나는 지금 20대 남성은 그 어느 세대보다 성평등에 관한 인식이 높다고 생각해. 이들을 악마화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성별로만 나눌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게 20대 여성 중에서도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아.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페미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자주 듣는 질문이야. 사실 난 신한울 3·4호기 발전소 재건설 서명운동에 참여했었어.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활동도 했었고. 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면 모든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마음이 더 확고해진 게 지난 8월 9일에 IPCC란 곳에서 보고서를 냈어.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모인 곳인데, 향후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상승할 수 있대. 원래는 2040년에서 50년 사이로 전망했는데, 그게 10년 앞당겨진 거야. 우리에게 10~15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거지. 지금 이미 1.09도가 오른 상태고😡

이게 평균이라 문제야. 평균온도가 1도가 오르면 국지적으로는 10~15도가 오를 수 있다고 해. 그래서 이번에 다른 나라에서 58도까지 올라갔다는 뉴스가 나오는 거야. 게다가 추울 때는 이보다 더 많이 떨어질 수 있어. 문제는 폭염이나 혹한이 지속되면 가장 피해보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야. 돈이 없으면 쪄죽고 얼어죽는다는 건데 그걸 국가가 방치하는 것도 말이 안 돼. 그래서 기후위기가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야. 기후위기를 막으면서 동시에 불평등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2015년에 파리협정을 체결하면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어. 37%를 줄이는 게 아니라 37%로 말이지. 그런데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은 거의 80% 이상이 전력 생산에서 나와. 에어컨을 꺼봤자 남는 전기만 버려지는 셈이랄까. 전력 생산을 건드리지 않고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런데 삼척에 화력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는 게 참 안타까워. 석탄 대신 천연가스(LNG)를 쓰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천연가스가 이름은 예뻐도 온실가스를 내뿜거든. 그래도 석탄보다는 절반이나 덜 내뿜는 유일한 대안이니 완전히 없앨 순 없겠지만 장기적으론 줄여 나가야겠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엔 국회의원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직접 국회의원이 되든, 아니면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돼서 하고 싶은 얘기를 가지고 정부를 압박하거나 설득해야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기후위기나 페미니즘을 해결하기 어렵거든. 근거가 될 법률도 국회의원이 제정하고 있고. 그래서 최우선 목표는 국회의원이야.

객관성을 잃지 않는 것, 언제나 사람과 대화하는 것. 그렇게 온실가스를 줄이고, 페미니즘을 보편화시켜야지. 노무현 대통령의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어떻게 사람의 신념이 이렇게 확고할 수 있을까?’였어. 사람이 달콤한 유혹들을 계속 받을 텐데 그걸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올까 싶었더니 원칙이더라. 그래서 나도 원칙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되려고.

 

 

정당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데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라는 책이야. 故 노회찬 의원의 책인데 진보 정당에 찾아오는 위기,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내용이야. 진보의 세속화 전략, 운동권 진보 탈피에 대한 수많은 고민이 담겨 있는데 나는 이 책이 실전 정치에 뛰어드는 데 큰 도움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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