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협력의 대상’보다 ‘민폐 끼치는 이웃’ 정도로 느껴지는 듯하다. 코로나19의 발상지, 미세먼지 생산국, 한복과 김치의 종주국 논란과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의 비신사적 행동들이 최근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특히나 한국 2030세대의 반중 여론은 압도적이다.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뿐’이라는 중국인 혐오 표현이 인터넷에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월 29일 실시한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서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 인식은 무려 80%를 기록했다. 지난 2002년 한국의 반중 감정은 31%에 그쳤는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가 터진 2017년 61%로 치솟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2020년 75%, 지난해 77%에 이어 다시 3% 포인트가 더 악화되었다.

이러한 비호감은 먼저 중국의 민족주의 정책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은 세계 최고이며 어떤 나라도 자국에 대항할 수 없다는 생각을 자국민에게 과도할 정도로 주입한다. 정부 방침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인들은 민족주의 교육의 대표적 시작 세대이다. 특히 1995년 이후 태어나  ‘지우우호우(九五后, 95後)’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SNS와 모바일 기기 사용에 능하며 각종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여론이 통신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외부로 전파되고, 민족주의적 논쟁과 혐오 정서를 고조시킨다.

하지만 민족주의만으로는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높은 비호감을 설명하기 힘들다. 두 번째 원인으로 지목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언론이다. 주요 언론사와 이들이 운영하는 신문, 방송, 그리고 인터넷 매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여론을 형성해 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 정책 중 친중 정책만을 부각해 부정적인 뉘앙스로 보도한 것이나,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았음을 비난하고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프레임을 씌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친중은커녕 몇몇 나라에만 의존적인 한국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신남방 정책을 펼쳤다. 또한 중국인 입국 금지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이미 여러 전문가에 의해 증명되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권력이 국내정치적 이유로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혐오를 조장한 것이다.

나는 중국에서 7년을 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차이나타운이 조성된 대림동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중국인들은 민폐 덩어리가 아닌, 평범하고 친절한 사람들뿐이었다. 오히려 친절했다. 한국과 중국의 축구경기에서 중국이 졌을 때도,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여 중국에서 시위가 일어났을 때도 길에서 시비 한 번 붙어본 적 없다. 그저 한국인이라고 하면 잘 생기고, 예쁘고, 옷 잘 입고, 돈 많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한류의 덕으로 멋진 사람들이라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면 되었지,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이 붙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당장 중국이 민족주의 정책을 포기할 리도, 홍위병 역할을 하는 중국의 이슈메이커들이 SNS에 논란을 부추기는 게시글을 올리는 것을 중단할 리도 없다. 국내 언론도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를 활용하여 더 많은 국내정치적 이득을 위해 활용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가 이미 가지고 있는 반중 정서는 쉽사리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건 차별과 혐오는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나 그 부정적 이미지가 생성된 원인 중 하나가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적어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인상이 실제로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품어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