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뉴스레터 로딩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지 않으셨나요? 이번주 뉴스레터는 이전보다 조금 길어요. 앞으로는 뉴스레터에서 더더욱 많은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 현안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뉴스레터는 매주 수요일 아침에 보내드렸는데요.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알찬 내용을 전해드리기 위해 다음 주부터는 금요일 아침에 보내드리려고 해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님이 지금도 ‘머리를 쥐어뜯고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치며’ 참아내야만 하는 문제, 그 중 하나가 바로 ‘언론’입니다. 지난달 재단이 주최한 특별토론회 ‘언론은 시민권력인가’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하거나 유튜브로 시청하신 건 다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답이 있을까 답답하고 애절한 심정으로 토론회를 보셨을 텐데, 답은 얻으셨나요?

 

언론, 변함없는 거대 기득권 카르텔의 스피커일 뿐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던데, 언론개혁도 그렇습니다. 저항이 너무나 쎄거든요. 어쩌면 그 저항을 이겨낼 만한 개혁의 역량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개혁을 반대하고 가로막는 기득권의 저항은 생각보다 훨씬(!) 강고합니다. 한국사회의 기득권은 거대한 카르텔로 똘똘 뭉쳐 있잖아요.

 

노무현 대통령 당시와 지금의 언론, 뭐가 달라졌겠습니까? 왜곡보도, 오보, 값싼 받아쓰기 보도, 편파보도... 그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오죽했으면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시민들이 ‘기레기’란 멸칭을 붙여줬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휘둘렀던 ‘검찰발 받아쓰기’는 오늘도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좋은 언론, 좋은 기자는 어딘가 살아있을 거야’라는 간절한 기대는 번번이 물거품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20년간을 잘 보면 뭔가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달라진 걸 발견하고, 그 의미를 잘 이해하면 새로운 변화의 실마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변화의 틈새를 망치로 치고 들어가면 바위도 쪼갤 수 있을 겁니다.

 

올드미디어 vs 뉴미디어: 두 개의 여론시장이 공존하는 시대

우선, 공론의 장이 달라졌습니다. 20년전 여론은 오로지 신문과 방송, 이른바 ‘올드 미디어’ 또는 ‘레거시 미디어’가 생산하고 유통했습니다. 아침에 신문이 아젠다를 설정하면 낮 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확산시키고 저녁에 방송이 9시뉴스에서 확인해주는 방식으로 여론이 생성됐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이렇게 해서 여론시장을 조종하고 마침내 대통령도 만들어냅니다. 정치권력은 신문과 방송에 잘못 보이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런데 이제 또다른 공론의 장이 만들어졌습니다. SNS와 커뮤니티,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 혹은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여론시장입니다. 이것들은 뉴스를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유통도 합니다. 뉴미디어의 여론시장과 올드미디어의 여론시장에서 형성되고 유통되는 여론은 비슷할 때도 있지만 아주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올드미디어가 독점해왔던 여론시장이 이제 두 개의 여론시장으로 나뉘게 된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아직 작지 않지만, 20년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습니다. 뉴미디어 여론시장 때문입니다. 여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이제 유튜브를 보면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아마 500만 아니 1천만 구독자를 보유한 셀럽 유튜버로 맹활약을 하셨을 겁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한 분이니까요.

나쁜 언론과 ‘헤어질 결심’, 좋은 언론을 ‘찾아갈 결심’

언론불신이 커가면서 독자들이 달라져 가는 것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언론신뢰 4년 연속 ‘꼴찌’를 조사해 발표한 조사 결과 중엔 눈여겨 볼 만한 지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뉴스회피 경험’에 대한 조사 결과인데, 2017년 52%, 2019년 54%였다가, 2022년 67%로 갑자기 높아졌습니다. 국민들의 언론 불신이 극에 달했을 뿐 아니라, 아예 언론의 뉴스를 회피하는 경향이 최근 대폭 늘었다는 겁니다.

과거엔 그래도 ‘뉴스에 나왔대’라고 하면 진실로 통했는데, 이젠 ‘혹시 가짜뉴스?’라며 불신합니다. 예전엔 ‘신문은 봐야지,’ ‘9시 뉴스는 봐야지’했지만 지금은 신문 열독률 고작 9%(20년 전 80%대)에 ‘뉴스를 보기싫다’는 사람이 60% 이상입니다. 최근 김만배씨에게 돈 받은 언론인 이름이 나오자, 제 주변에 ‘마침내’ 언론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뉴스회피 현상이 혹시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 아닐까요? 이러다 대의 민주주의는 몰락하고 언론을 장악한 기득권의 독재가 더 앞당겨지는 것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쁜 언론이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언론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고 했을 뿐 ‘언론이 있어야만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라고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시민들이 기득권 언론의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론시장이 문을 닫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는 ‘뉴스 과잉’, 특히 ‘정치뉴스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포털에서 쏟아지는 뉴스를 다 보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뉴스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 나쁜 뉴스를 오랫동안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것은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같은 질병으로 발전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기득권 아닌 시민의 편에 선 뉴스가 좋은 뉴스

우리 주변에 잘 보면 좋은 언론, 좋은 뉴스도 있습니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언론, 기득권 아닌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언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이런 언론의 뉴스를 찾아보면 됩니다. 포털에 마구 쏟아지는 싸구려 받아쓰기 뉴스, 왜곡보도, 오보, 선정적 보도를 멀리하고, 대신 좋은 뉴스를 찾아보고 골라보는 것입니다.

 

‘바로 선 언론’ 또는 ‘좋은 뉴스’가 뭘까? 그리고 내가 선택한 뉴스만 보게 되면 이른바 ‘확증편향’에 빠져 ‘정파적으로 극단적이고 편향된 사고’를 갖게 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생깁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

저는 편향성이라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며 또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편향적이되 그 기준이 올바르고 합리적이라면, 그 편향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중립입니다. 예컨대 한국에서 언론의 중립이란, 기득권과 시민권의 ‘딱 중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힘 센 자와 약한 자의 ‘딱 중간에 서는 것’이 아니라 ‘힘이 약한 편’에 더 가까이 서는 것입니다.

 

우리 언론들은 아주 노골적으로 기득권의 편에 서거나 혹은 ‘기계적 중립’의 프레임에 갇혀 옳고 그름조차 가려내려 하지 않습니다. 게으르고 무책임한 모습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권력을 행사하는 제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올해 이런 새해 결심을 했습니다. 건강을 위해 술, 담배, 심야라면을 줄일 것이 아니라 ‘뉴스 소비를 줄일 것’.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요.

나쁜 언론 때문에 너무 화내고 걱정하지 마세요. 대신 나쁜 언론, 나쁜 뉴스와 올해는 깨끗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세요. 뉴스 소비를 줄이면서 좋은 언론, 좋은 뉴스와 연애를 하는 것이 언론을 바꾸는 작은 걸음이 아닐까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16대 대통령선거 핵심공약 중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제 개편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주의, 증오를 선동하는 정치는 우리 정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역사적 과제이자 임무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상적인 정치를 바랬던 대통령의 여러 제안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선거제도 개편.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대선거구제 외에도 소선거구/단순다수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적인 선거 제도들은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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