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 같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에게

2025. 2. 13.

767호│ 웹에서 보기 │ 구독하기

🎹 오늘의 선곡

스즈메의 문단속 OST - 도쿄상공

안녕하세요.

재단의 티타늄 멘탈 에디터 B🦸‍♂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노무현시민센터는 민주주의 위기를 지키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북적였어요. <교과서 밖으로 나온 비상계엄> 프로그램의 1부 시민특강을 통해 우리는 역사 속 비상계엄을 넘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함께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2부 시민 활동, '낭독과 위로'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속 문장을 골라 낭독하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었어요. 참석하신 분들이 차례로 낭독을 이어갔고, 그중에서도 사학과 재학 중인 22살 노진영 학생의 낭독이 깊은 울림을 주었는데요.

그녀는 비상계엄으로 인해 지난 2월 7일 새벽, 사이렌 소리와 함께 온 긴급 재난 문자에 패닉이 왔고,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고 했어요. 지진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긴장이 풀렸지만, 눈물이 났다고 해요.

더 이상 계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고 깨달은 그녀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금이 가버린 유리'라고 표현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글을 맺었습니다.

그날의 낭독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글이 많은 분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이 글이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또 하나의 울림이 되길 바랄게요🌿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

- 한강 『소년이 온다』

12월 3일, 계엄이 터진 바로 그 순간. 저는 아버지께 울면서 말했습니다. 아빠, 우리도 나가야지 않을까. 하지만 아버지는 답지 않게 굳은 얼굴로 말없이,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새벽 내내 TV만 응시하고 계셨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 주가 지난 뒤, 어머니가 저랑 점심을 먹으며 지나가듯 말씀하셨습니다. 네 아버지가 아닌 것 같아도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저희 아버지는 80년대 당시 학생운동을 하던 전대협 소속의 사수대장이었습니다.

저는 12월 4일, 하루 종일 계엄군이 돌아올까 국회 앞을 지키고 선 사학과 대학생입니다. 펜스 앞에서 탄핵안의 부결과 가결을 전부 목도했고, 남태령으로 달려가 경찰 방에 깔리기도 했으며, 한강진에서 다친 민주노총 조합원분들을 의료 부스 자원봉사자로 도왔습니다. 지금은 비상행동 측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행사가 끝나면 경복궁으로 다시 달려가야 합니다.

저는 제가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웃으면서 잘살고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2월 7일 새벽 2시 35분, 긴급 재난 문자가 사이렌 소리와 함께 왔습니다. 패닉이 와서 잠시 글자를 읽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조금 차리고 확인하니 지진이더군요. 2차 계엄인 줄 알고 순간적으로 긴장했던 몸이 풀어졌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어제, 사람이 붐비는 퇴근길의 2호선을 탔습니다. 꽉꽉 들어찬 지하철 안에서 호흡곤란이 왔습니다. 남태령에서 경찰 방패에 밀리고 깔린 이후부터 생긴 폐소공포증입니다.

이 모든 일을 겪은 뒤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이제 더는 계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나는 이제 사이렌 소리에 덜컥 겁을 먹고, 경찰을 보면 긴장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정신을 붙들어야만 하는구나. 아무 일도 없이 곱게 자란 나의 20대 시절은 이제 없어졌구나. 우리는 이미 금이 가버린 유리가 되었구나.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이 문장이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흉터처럼 남은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배운 역사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나날 속에서도 눈을 뜨고 내일을 봅니다.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숨을 쉬며 인생을 살아냅니다. 서로를 보며 반갑다고, 내일 또 보자는 인사를 합니다.

그러니 저는 이 갈라졌으나 갈라지지 않은 일상이야말로 도전에 대한 응전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그들이 산산조각을 내려고 한 일상, 금이 간 유리와도 같은 영혼을 어떻게든 서로 견고히 만들어 주고 눈을 치뜨는 것으로, 우리는 불의에 항거하는 것이며 현실론에 굴복한 희생자가 되지 않는 겁니다.

언젠가 저와 같이 금이 가버린, 유리 같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에게. 이렇게나마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대사 대중 특강 <같은 시간, 각자의 역사>

지난 6일 저녁, 현대사 대중 특강 1회차 <과거에서 오늘의 계엄을 보다> 강연이 진행되었어요. 이날은 대설주의보가 내려 노쇼가 많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그런 우려가 무색할 만큼 많은 분이 함께해 주셨어요. 강연 후 남긴 한 참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 "정국이 요동치고 마음이 불안정한 요즘,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위로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역사적 맥락에서 다시 보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이런 순간들이 모여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힘이 되는 것 아닐까요?

현대사 대중 특강 3회차 <지금의 여야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음 주 목요일 3회차 강연에서는 새천년민주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여 현재는 사회민주당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천호선 전 재단 이사가 직접 정당의 역사적 흐름을 이야기해요. 우리나라 여야 구도의 형성과 그 흐름을 깊이 있게 풀어줄 예정이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랄게요.

📍 정당史 : 지금의 여야가 만들어지기까지

📆 일시 : 2월 20일(목) 19:00~21:00

🚩 장소 :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 가치하다

🤠 강사 : 천호선 전 노무현재단 이사

📍 언론史 : 언론이 우리를 '프레임'에 가두는 방식

📆 일시 : 3월 6일(목) 19:00~21:00

🚩 장소 :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 가치하다

🤠 강사 : 변상욱 전 CBS 대기자

✅ 참가비 : 15,000원(후원회원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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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 노무현기념관 2월 단체 예약해설(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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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삶을 가꾸는 시민 글쓰기(2/24~7/28)

노무현 대통령 혐오 콘텐츠 실태 조사

재단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혐오 콘텐츠가 더욱 확산되고 있어, 지난 1월 24일에 공지한대로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한 실태 조사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혐오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허위정보의 확산 경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 여러분의 제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재단 홈페이지에도 실태 조사 링크를 공지합니다. 적극적인 참여와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접수 기간 : ~ 2월 28일(금)까지
✅️ 사례 접수 : https://form.naver.com/response/eEbZ7KjBfB7sl65Ffdjd-Q

✅️ 유의 사항
- 영상 콘텐츠는 해당 발언이 나온 구간 기재
- 혐오 콘텐츠의 원본 링크 기재
: 화면 캡쳐는 원본의 경로 확인이 제한되어 실태 조사 반영이 어렵습니다.
✅️ 본 조사는 허위 조작 정보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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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장래는 여전히 민주주의다. 앞으로도 모든 사상을 포섭해서 민주주의는 진보를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 완결은 없을 것입니다. 역사에는 완결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배와 억압, 전쟁이 생겨난 동기이기도 한 인간의 탐욕과 본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영원히 투쟁하면서 발전할 것입니다.

시련과 투쟁, 진보는 계속될 것입니다."

- 원광대학교 특별강연, 2007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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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움과 채움의 미학 쓰신 글 정독하며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어 매우 좋았어요

💬 부끄럽게도 뉴스레터를 처음으로 정독했네요~ 노무현 대통령의 비움과 채움의 미덕 글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 멧돼지 한 마리가 날뛰는 바람에 우울증에 힘든 시간을 보내며 얼릉 이 사태가 수습되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매일 매일을 인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눈은 뜨고 있으나, 글을 보아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지만, 소리는 들리기 때문에 첨부하신 May It Be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느낌입니다. 어서 빨리 평화롭고 내일의 꿈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랍니다 ~ !